제14대 말레이시아 총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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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내각책임제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총선은 비단 국회의원 선거로서의 의미만을 지내는게 아니라, 차기 권력을 누가 잡느냐도 달린 문제이다. 즉 한국으로 따지자면 대선+총선인 셈.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의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된다.

말레이시아 국회의원의 임기는 기본 5년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최대 임기일 뿐이며 실제로는 조기총선들을 치른다. 지금까지 총선들도 다 조기이다. 때문에 이번 총선 또한 조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현재 국회는 2013년 6월 24일에 개시되었으며, 최대 임기는 이로부터 5년 후인 2018년 6월 24일까지다. 이 전에는 총리가 국왕에게 지시해서 국회해산을 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현재 국회가 만료되는 그 날에 국회가 자동적으로 해산된다. 국회 해산 시점으로부터 60일 내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번의 경우 원칙적으로 2018년 8월 24일 이전에는 무조건 치러야 한다. 물론 이 때 치를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전문가들은 2017년 말 내지 2018년 초에 치를 것으로 보았다. 실제로 나집 라작 현 총리도 조기총선 가능성을 시사하며, 2017년에 치를 수도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7년이 이미 가버렸고, 2018년 4월 7일부로 국회 해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6월 6일 이전에 치러야 하는데, 당초 전문가들은 5월 중순부터 6월 6일 무렵은 라마단인 관계로 5월 초에 치러질 것으로 보았다.

결국 5월 9일로 선거일로 결정해졌다.(4월28일 입후보자 등록, 선거유세기간 11일)

2. 배경

2000년대부터 유럽에 극우 포퓰리즘 광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말레이시아는 유럽이 아님에도 이러한 포퓰리즘의 영향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를 중심으로 한 국민전선(BN)의 장기집권으로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급격한 이탈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2008년 전후로 야권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의 징계 해지 속에서 이를 위시로 한 포퓰리스트 세력들의 힘이 커진 결과, 그 해 총선에서 BN의 의석수가 개헌선(3분의 2) 밑으로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시 총리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는 이에 대한 책임으로 1년만에 사임했고 부총리 나집이 이를 계승했다.

나집 정권은 하나의 말레이시아 정책을 통한 말레이인 혜택 완화와 다민족주의를 부분 포용하는 등의 정책 덕에 2013년 총선에서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약 60%의 의석을 차지하며 승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부정부패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지가 급락하기 시작했고, 2015년 전후로 UMNO 내의 비당권파들의 집단탈당과 반정부단체 버르시의 광풍, 특히 이 버르시를 거의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결집 등으로 차기 정권연장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허나 2016년 사라왁 지방선거에서 BN이 압승하면서 이러한 포퓰리즘이 갑자기 판도를 뒤엎는 것은 아직 멀었으며, BN은 위기가 닥쳐와도 말레이인이라는 콘크리트 지지층 덕에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덕에 BN은 안심하려고 했으나… 연말에 버르시가 또 시위를 벌이면서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르렀고 2017년 6월 지난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한 마하티르 모하마드가 야권의 총리후보로 나가겠다고 선언하면서 UMNO의 입장에서는 다소 골때리는 상황.

3. 선거 관련 정보

총선은 일반 국회의원 선거+지방선거이다. 때문에 국회의원뿐 아니라 지방자치의원들도 뽑는다.

국회의 경우는 전국이 동시에 해산되며 동시에 선거를 치르지만, 지방의회의 경우는 주마다 해산일이 다르다. 이는 지방의회는 주마다 임기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지방의원 또한 국회의원과 함께 동일한 날에 선출되지만, 사라왁 주는 예외적으로 국회의원만 뽑는다. 참고로 사라왁은 2016년에 지방선거를 따로 치렀다. 각 지방의회 해산일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조할 것.

투표권은 만 21세 이상의 말레이시아 시민들에게 주어진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투표권이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주어지는데, 전 세계적으로는 만 18세가 보편적이다. 심지어 이보다 늦은 편이라는 한국도 만 19세다. 한국도 으레 그렇지만 여기는 더더욱. 이 때문에 선거연령을 하향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 왜냐하면 최근 젊은이들은 야권에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세며 집권연정인 BN의 입장에서는 선거연령을 하향하는 것이 본인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  

4. 전망

한마디로 불확실.

2017년 1월 당시의 여론조사는 BN이 41%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뒤로 제1야권연대인 희망동맹(PH)이 24%, 제2야권연대인 조화의 힘(GS)가 21%.어라?[1] 나집 총리의 스캔들 등으로 말도 많았고 실제로 2016년 당시 여론조사는 PH가 59%를 기록하는 등 BN에게 있어 악재도 많았지만, 그래도 다시 1위를 차지하기는 했으니 BN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

다만 이 말은 걸러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2017년 1월의 여론조사에서 14%가 기타 또는 미응답으로, 한마디로 말하자면 부동층이다. 물론 그래도 BN과 PH의 격차가 17%이며, 저 14%라는 부동층을 아예 PH에게 다 몰아줘도 BN이 3% 앞선다. 그러나 부동층의 표심이 과연 어디로 가냐는 2017년 말과 2018년 초에 터질 일들이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점.

사실 BN이 1위라고 나온 것도 야권의 분열이라는 점이 크다. 저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건 다름아닌 GS를 대표하는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인데, 지난 2013년 총선 당시 야권연대인 인민동맹(PR)은 민주행동당(DAP), 인민정의당(PKR), 그리고 이 PAS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 그러나 PR은 이후 내부 파열음으로 와해되었고, 나중에 PH로 재결성할 때 PAS는 제외되었다. 이유는 세속주의를 추구하는 PR에게 있어 이슬람 근본주의를 추구하는 PAS가 공존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였고, 결국 와해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이후 PAS는 타 이슬람주의 정당들과 함께 GS를 결성한다.

이 덕에 야권 표가 분산되면서 BN이 1위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41%라는 저 수치만 봐도 50%에는 무려 9%나 못미치며 PH와 GS의 지지율을 합치면 45%로 BN을 무려 4%나 따돌리게 된다. 결국 BN의 입장에서는 불안한 상황. 또한 부동층 표심의 상당수가 야권에 쏠린다면 BN은 그야말로 망했어요.

설상가상으로 현재 여론조사 그대로 BN이 승리하였다고 해도, 원내 의석수가 과반에 달하지 못하면 여소야대 사태가 발생해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애초에 내각책임제란 원내 과반을 차지한 다수당이 집권하는 제도라 여소야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만약에 이렇게 되면 BN은 GS와의 연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서로간의 비토도 꽤나 심해서 과연 연대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PH와 GS의 의석수를 합한 것이 곧 과반이라면 둘은 정권교체를 명목으로 언제든지 연대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바로 정권교체 확정이다. 때문에 BN의 입장에서는 지금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현재 BN은 세가 기울어 예전처럼 개헌선을 넘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더더욱이나 현재 나집 정권의 불안한 상황상 과반도 가능하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고, 이 때문에 BN 내에서도 최대한의 수라도 쓰려는 상황. 괜히 BN이 조기총선을 고집하는게 아니다. 2018년에도 버르시가 집회할 지도 모르고, 이렇게 되면 조기총선을 치러서 적어도 정권을 뺏기는 참사는 막아야 되는 것이 그들에게는 그나마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상기의 사진들은 제가 다니는 조깅 코스에서 얻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