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총선, 마하티르 전 총리 정계 복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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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의회를 해산했던 말레이시아 정부는 오는 28일 후보 지명 이후 11일 간의 선거운동을 거쳐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이에따라 말레이시아 정부는 다음 달 9일 차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고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가 10일 발표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92)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고령의 나이에 총리직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그가 이끄는 야당이 얼마나 지지 세력을 모을 지가 관건이다. 222개 하원 의석과 587개 주의회 의석을 놓고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마하티르 전 총리의 정계 복귀로 사상 유례 없는 박빙의 선거가 예상된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 동안 급격한 근대화를 추진해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시아 강국으로 만든 국부(國父)이다.물론 ‘민주주의 탈을 쓴 독재’란 비판도 있지만 마하티르 전 총리는 재임 기간 다인종ㆍ다종교 국가인 말레이의 사회통합을 이뤄내고 연평균 7~9%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어냈으며 가난한 농업 국가를 신흥공업국으로 탈바꿈시켰다. 물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권력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마하티르는 1957년 말레이가 영국에서 독립한 후 단 한 차례도 정권을 놓지 않은 집권연합 국민전선(이하 BN)의 수장이었다. 현 총리이자 BN 총재인 나집 라작도 그에게서 정치를 배웠다. 14년 만에 야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자신이 키워 낸 정치 제자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현재로선 총선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여전히 일부 국민 마음속엔 빈곤의 그늘을 걷어 낸 마하티르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어 여권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누가 권력을 잡든 ‘과거로의 회귀’ 내지는 ‘1당 권위주의’의 지속에 불과해 벌써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싱가포르 일간 투데이는 “BN이 이번에도 승리하면 안 그래도 느슨한 고리로 묶인 야권의 분열이 가속화하고 2009년부터 총리를 맡은 나집은 마하티르의 뒤를 이어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말레이시아 총선은 “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격언을 새삼 일깨운다. 마하티르와 나집의 관계에 더해 마하티르가 몸담은 야권연합 희망연맹(이하 PH·파카탄하라판) 역학 구도를 봐도 그렇다. PH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는 2014년 동성애 사범으로 몰려 수감 중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다. 그는 원래 마하티르의 후계자였다. 1982년 총리 눈에 띄어 정계에 입문한 뒤 여러 장관을 거쳐 2인자인 부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1998년 아시아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 해법을 놓고 마하티르와 갈등을 겪다 10년 간 옥고를 치르는 등 사실상 숙청을 당했다. 자신을 내친 후견인과의 앙금을 청산하고 정권 교체를 목표로 다시 의기투합한 셈이다. 게다가 PH가 지명한 부총리 후보는 안와르의 부인인 아지자 이스마일 인민정의당(이하 PKR) 대표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해 일각에선 PH가 총선에서 이길 경우 마하티르가 잠시 총리직을 맡다가 안와르에게 넘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나집 총리가 5월로 총선을 서두르는 것이 오는 6월쯤 석방이 예상되는 안와르의 정치적 파워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실, 나집 총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가 이끄는 BN은 60년 간 말레이 정계의 철옹성이었다. 13차례 실시된 총선(임기 5년)에서 11번이나 헌법 개정 의결 정족수인 3분의2 이상을 휩쓸었다. BN의 아성에 균열 조짐이 나타난 건 2008년 선거부터다. 140석 획득에 그쳐 처음으로 3분의2(전체 222석)에 미달하더니 2013년 총선에서는 133석으로 의석을 7석이나 더 잃었다. 그간 BN의 장기집권은 말레이를 구성하는 3대 인종인 말레이계(60%)와 중국계(25%), 인도계(7%)의 대타협 덕분에 가능했다. 이들은 각각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말레이시아화교연합회(MCA), 말레이시아인도회의(MIC)란 정치조직체를 거느리고 BN에 참여해 왔다. 일찌감치 다수 인종인 말레이계가 총리ㆍ부총리직을 차지하는 대신, 화교들은 경제력을 장악하고 인도계에도 일정 부분 정부 및 당의 지분을 주는 등 권력 배분에 관한 의견 일치를 봤다. 나집뿐 아니라 당초 마하티르와 이브라힘도 UMNO 소속이었다.

나집 총리는 이슬람 카드를 정권 연장의 승부수로 내세우고 있다. 말레이계가 주로 믿는 이슬람교에 호소해 확실한 표심을 얻겠다는 복안이다.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과의 연대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온건 이슬람 정책을 추구하는 UMNO와 달리 PAS는 이슬람 교리를 적극 장려하는 등 보다 강경한 원리주의 색채를 표방해 두 정당은 대대로 앙숙 사이였다. 지난 총선에서 PAS는 야권 동맹인 국민연합(PR)에 들어가 나집 총리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양당은 정부가 이슬람율법에 근거한 정책들을 받아 들이는 대가로, PAS는 선거운동 지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집 총리는 지난해 한 대중 연설에서도 “정권이 야당으로 바뀌면 이슬람제도는 무너지고 거주하는 땅에서 쫓겨 나 구걸이나 하면서 살게 될 것”이라며 말레이족 유권자들의 공포심을 한껏 자극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의 관건은 경제다. 야권은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특히 2015년 터진 국부펀드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의 부패 스캔들이 변수로 떠올랐다. 1MDB 운용 자금에서 무려 40억달러(4조3,340억원)가 유용된 정황이 포착됐고, 이 중 일부가 나집 총리의 비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1MDB 파문은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비화했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이 “최악의 도둑정치”로 규정하는 등 관련 국가들의 줄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마하티르가 BN에 등을 돌린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나집 총리의 부정ㆍ부패 때문으로 보도됐다. 여기에 올해 초 물가상승률은 8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2015년 재정적자를 메우려 도입한 상품서비스세(GST)가 거센 비난에 직면하는 등 국민의 살림살이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나집 정권은 선심성 정책을 앞세워 위기 타개에 힘을 쏟고 있다. 말레이 정부는 올해보다 7.5%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74조6,500억원)의 내년도 예산을 책정했다. 또 중간소득 계층의 소득세를 2% 감면하는 등 감세 및 보조금 확대를 통해 복지성 예산을 대폭 늘려 민심을 다독이려 애쓰는 눈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말레이 총선은 부패 스캔들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 이슈가 선택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말레이시아 정치 지형의 변화가 현재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야당에 대한 지지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고, 전통적 여당 지역의 경우도 상대적으로 외부 정보에 개방적인 도심 지역의 경우 야당의 지지가 증가했다. 이번 총선 결과가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기에 부족하므로 선거 부정에 대한 비난 여론과 단체 행동을 통한 종족 간 갈등을유발 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권은 이와 결부시켜 강경하게 대처하며 정권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구조적 요건으로 현실적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지난 선거들과 이전의 정국과 비교할 때 현재는 정권 교체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총선은 이러한 흐름에 더욱 힘을 실어주어 여야에 있어 보다 책임감 있는 정치 개혁을 주문하는 것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정치 변동을 더욱 추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말레이시아에 독립후 처음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권력 이동은 시작될 것인지 그것을 알게되는 시간이 한달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