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집 총리, 방미로 차기 총선 재정비

0
34

PHOTO: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정부패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초청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나집 라작 총리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금 세탁처로 활용된 미국은 17억 달러(1조9천억원) 상당의 미국 내 은닉자산에 대한 압류절차를 진행하고 지난달 관련자에 대한 형사수사를 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집 라작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혐의를 덮어주는 모양을 취했다.

이날 백악관은 취재진의 정상회담 촬영을 불허하고, 정상회담 직후 관례로 행해 온 공동 기자회견도 생략했다.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지도자를 백악관에 초대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과 취재진이 나집 총리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질 가능성 등을 우려한 조치로 여겨진다. 나집 라작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잉737 여객기 25대와 차세대기인 보잉 787 8대를 구매하고, 조만간 25대의 보잉737기를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 사법당국이 수사 중인 나집 라작 총리와 관련된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른바 ‘1MDB 스캔들’에 대한 수사는 비정치적인 사안으로 양국 정상회담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집 라작 총리는 이날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등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아울러 대(對) 테러 국제 공조와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협력, 미얀마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 등 의제도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는데 나집 라작 총리의 백악관 초청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고위급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10년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응을 여타 사안보다 우선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부에선 당면 쟁점과 무관하게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우리의 관계를 더는 약화하게 둘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나집 라작 총리는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북한과의 외교 관계와 사업상 연관성을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말레이시아 야당 DAP의 부위원장인 테레사 콕은 나집 라작 총리의 미국 방문이 말레이시아가 미국산 비행기를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임을 보여주는 “쇼핑 여행” 이었는 지를 물었다. 과연 말레이시아가 현금이 풍부하여 가까운 미래에 25 대의 Boeing 비행기와 8 대의 787 Dreamliners를 구입할 수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의 인프라 개발에 투자 할 수 있겠냐는 것이였다. 과연 이러한 구매와 투자가 말레이시의 경제 상황을 부양하는 데 도움이 되고 미국으로부터의 더 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경제 침체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나집 라작 총리의 항공기 구매 제안에 대해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그녀는 말레이지아 항공이 막대한 부채와 적자에서 회복하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라고 지적하면서 과연 국영 항공사가 25 개 보잉에 100 억 달러를 쓸 수있는 지 여부를 물었다.

나집 라작 총리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빼돌린 자금을 미국 금융기관을 통해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집 라작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기 전 미국 사법당국은 그의 미국 재신을 압류하겠다고 밝혔다. 압류 대상에는 피카소의 작품, 할리우드 영화 판권, 2천730만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호화 요트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집 라작 총리 측은 결백을 주장했고, 모하메드 아판디 알리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나집 정부가 실시한 조사에서 횡령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나집 라작 총리측 대변인 퉁쿠 사이푸틴은 “불필요하고 쓸데없이 특정 사안과 개인을 언급한 데 우려한다”며 미국이 말레이시아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 한다고 주장했었다.

트럼프와 나집 라작의 만남에서 사업가인 트럼프는 윤리나 도덕보다 ‘비즈니스’와 안보를 우선함으로써 나집 총리는 이번 방미를 통해 부패 스캔들로 흔들린 국내 정치 기반을 다잡고 이르면 올해 치러질 차기 총선 준비에 전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나집 라작 총리는 수년 전 미국 뉴저지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그룹 소유 리조트에서 민간인 신분이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 그는 작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종종 친분을 과시해 왔었다.